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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나면 집 안에 머물러 있으라" 런던 아파트 화재는 '영국판 세월호'

14일(현지시간) 새벽 대형 화재가 발생해 최소 12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부상한 영국 런던 고층아파트 관리회사가 주민들에게 '화재가 발생하면 실내에 머물러 있으라'는 내용의 화재 대응방침을 안내한 사실이 알려져 세월호 참사 당시 '배안에 있으라'는 지시를 연상시키며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14일 화재가 난 그렌펠타워 아파트를 관리해온 회사가 지난 2014년 주민들에게 "다른 지시를 듣기 전까진 오랫동안 유지해온 '실내에 머무른다'는 지시가 적용된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문을 배포했다고 보도했다.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가 아니라면, 탈출하지 말고 집안에 머물러야 한다는 권고다. 그렌펠 아파트 7층에 살고 있는 마이클 파라마시반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우리가 아파트에 머물렀었다면 우리는 죽었을 것"이라며 "내 본능은 여자친구와 딸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라고 외쳤다. 나는 연기 때문에 딸을 감싸고 밖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머물러 있으라'는 지시를 무시했기 때문에 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아파트 2층에서 시작된 불은 삽시간에 건물 꼭대기까지 번지며 4시간 만에 아파트 전체를 불태워버렸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실내 머물러 있으라'는 권고는 잘못된 권고다. 다행히 주민들이 이 권고를 따르지 않고 탈출했다"며 아파트의 이같은 대응 방침을 비판했다. 한편, 이날 화재 참사 때 불길 속에서 엄마가 어린 아기를 창밖으로 던지자 이웃이 아기를 받아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이웃 주민 사미라 람라니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9층이나 10층쯤에서 여자가 사람들에게 아이를 던질 테니 받아달라는 신호를 했다"며 아래에 있던 남자가 달려가서 아이를 받았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건물에 갇혀있었다며 건물이 화염에 휩싸였을 때 사방의 창문에서 사람들이 구조를 요청하며 비명을 질렀다고 끔찍했던 상황을 묘사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더구나 주민들이 오래 전부터 수차례 화재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당국과 소유주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7-06-14

런던 아파트 대화재…최소 12명 사망

영국 런던에서 24층짜리 아파트 전체가 불타고 주민 다수가 희생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관계기사 A-12면> 14일(이하 현지시간) 0시54분쯤 런던 서쪽 켄싱턴 북부의 그렌펠 타워에서 불이 나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옮겨붙었다. BBC 등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이날 오후 9시 현재 12명이 숨지고 약 70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런던 경찰청 스튜어트 쿤디 국장은 "복잡한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 수가 늘어날 것 같다"며 "불행히도 추가로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파트에는 120가구 400~6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목격자들은 "화재 발생 50분 만에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져 구조대가 도착하고도 속수무책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BBC와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은 불이 건물 저층에서 폭발음과 함께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당초 2층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4층에 사는 남성이 집 냉장고에서 불이 났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엇갈린 목격담도 전해졌다.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불꽃을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쿤디 국장은 "현 단계에서 화재 원인을 밝히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1974년 건축된 해당 건물은 임대아파트로 켄싱턴.첼시 구청이 소유하고 관리는 영국 최대 임대 관리업체인 '켄싱턴첼시임대관리회사(KCTMO)'가 맡고 있다. 이 업체는 2012년부터 2년간 외벽과 난방 시스템 등을 리모델링했다. 화재 당시 건물에선 화재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외장재를 새로 덮으면서 불에 취약한 가연성 단열재가 포함된 패널로 마감한 것이 급속하게 불이 번진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KCTMO는 2014년 리모델링 진행 중 안내문에서 "각 가구의 현관은 화재 발생 시 30분간은 견딜 수 있기 때문에 화재 발생 시 다른 고지가 없으면 실내에 머물러야 한다"고 소개한 것으로 보도돼 향후 논란도 예상된다. 해당 건물은 리모델링 이전부터 입주자협의회 측이 화재 위험을 제기해 왔던 곳으로 소방차 등 응급 차량 접근도 힘들었다고 한다. 한 생존자는 "언젠가는 일어났을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전형적인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2017-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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